• Total : 2333397
  • Today : 1107
  • Yesterday : 1145


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송화미 조회 수:2640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3 왼손의 쓸쓸함에 대하여 [3] 운영자 2008.04.07 2677
372 사족.. 물님의 시에 음악을 달다.. [2] file 새봄 2008.03.29 2672
371 [3] 하늘꽃 2008.05.01 2668
370 매미 소리 속에 매미가 있다 이병창 2005.09.05 2665
369 카이로스 시. 기도.1 이병창 [3] 하늘꽃 2008.04.22 2651
368 불재의 봄 [4] file 운영자 2008.04.09 2648
367 바람 [6] file sahaja 2008.04.30 2644
366 모서리를 읽다 김경천 2005.10.11 2641
365 킬리만자로의 돌 [1] 하늘꽃 2008.05.08 2640
» 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1] file 송화미 2006.04.23 2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