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0432
  • Today : 310
  • Yesterday : 927


님의 침묵

2009.05.29 23:09

물님 조회 수:2525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2488
152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2487
151 희망가 물님 2013.01.08 2487
150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2486
149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2485
148 새해 첫 기적 [1] 도도 2011.01.01 2485
147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2484
146 사철가 [1] 물님 2009.03.16 2484
145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file 구인회 2009.06.13 2483
144 민들레 [2] 운영자 2008.11.19 2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