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3 |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 구인회 | 2012.10.27 | 4370 |
282 | 꼬리잡기 [5] | 운영자 | 2008.09.15 | 4371 |
281 | 봄날에 [1] | 요새 | 2010.01.01 | 4371 |
280 |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 하늘꽃 | 2008.08.15 | 4372 |
279 | 김세형,'등신' | 물님 | 2012.03.12 | 4372 |
278 | 산수유 댓글 | 심영자 | 2008.03.29 | 4373 |
277 | 갈 대,, `신경림 | 구인회 | 2010.03.15 | 4377 |
276 | 시론 | 물님 | 2009.04.16 | 4378 |
275 | 서정주, 「푸르른 날」 | 물님 | 2012.09.04 | 4380 |
274 |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 물님 | 2016.02.05 | 43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