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3 | sahaja님의 '불재'를 읽다가... [3] | 포도주 | 2008.05.23 | 4661 |
102 | 짧은 전화 긴 여운 - 오리지날 버전으로 [3] | 도도 | 2009.09.28 | 4681 |
101 |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 물님 | 2022.01.08 | 4683 |
100 | 소동파의 시 | 물님 | 2021.12.18 | 4690 |
99 |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 물님 | 2021.08.11 | 4696 |
98 | 달의 기도 | 물님 | 2022.09.19 | 4699 |
97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 구인회 | 2013.09.18 | 4702 |
96 | 아침에 쓰는 일기.3 [2] | 하늘꽃 | 2008.05.20 | 4704 |
95 | 고독 [4] | sahaja | 2008.05.18 | 4710 |
94 | 곳감 맛 귤 맛 [1] | 물님 | 2011.11.08 | 4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