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3 |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세상 | 2013.10.25 | 2344 |
322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 구인회 | 2013.09.18 | 2884 |
321 | 내 마지막 순간 -타고르 [1] | 구인회 | 2013.07.06 | 3194 |
320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1] | 구인회 | 2013.06.29 | 3200 |
319 | 가람 이병기 -난초- | 물님 | 2013.06.04 | 3004 |
318 | 꽃자리 | 물님 | 2013.02.14 | 2866 |
317 | 자리 [2] | 물님 | 2013.01.31 | 3020 |
316 |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 물님 | 2013.01.23 | 2870 |
315 | 희망가 | 물님 | 2013.01.08 | 2264 |
314 | 신현락, 「고요의 입구」 | 물님 | 2013.01.08 | 2405 |
제얼굴
제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