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275
  • Today : 874
  • Yesterday : 1527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2104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1996
282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1996
281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1997
280 찬양 [6] 하늘꽃 2008.09.25 2000
279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2001
278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2002
277 눈물 [1] 물님 2011.12.22 2003
276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2003
275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2003
274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