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0156
  • Today : 1022
  • Yesterday : 1075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021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2994
242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2993
241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요새 2010.06.19 2993
240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2991
239 나는 숨을 쉰다 [1] 물님 2011.11.28 2988
238 포도가 저 혼자 file 요새 2010.07.18 2986
237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file 이중묵 2009.01.24 2982
236 꿈 길에서 1 요새 2010.03.15 2980
235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2978
234 숯덩이가 저 혼자 [2] 요새 2010.02.04 2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