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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지은 집

2020.06.23 05:13

물님 조회 수:6207

"날만 밝으면 외할머니는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열어두셨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소나기와 구름이, 땅강아지와 풀벌레 소리와 엿장수와 똥개들이 제멋대로 드나들었습니다. 탄천장에서 강경으로 옮아가는 장돌뱅이들이 등짝이 축축하거나 목이 컬컬해지면 지게를 받쳐 놓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문설주를 지나 더러더러 거렁뱅이들이 희멀거니 웃으며, 걸어 들어와도 내 집 문턱 넘어선 사람 어찌 빈 입으로 보내겠냐며, 펄펄 끓는 시래기국에 시뻘건 깍두기를 멍충이처럼 마당에 내오셨습니다.

이 담에 들어가서, 살다 살다 죽으려고, 내가 마음속에 지어둔 집이 바로 그런 집입니다. 문이라고 생긴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처닫고 사는 이웃들을 만날 때면 더더욱 외갓집이 생각납니다. 더 늙기 전에 그런 집 한 채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이관주 시인 - 마음에 지은 집


* 불재와 진달래교회는 아무나 오고 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는 곳, 하늘로 가는 터널이 뚫려 있는 곳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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