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8880
  • Today : 821
  • Yesterday : 1013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2020.11.06 21:52

물님 조회 수:2137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이 겨울 갑오농민전쟁 전적지를 찾아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더듬으며

나는 이 시대의 기묘한 대조법을 본다

우금치 동학혁명군 위령탑은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가 세웠고

황토현 녹두장군 기념관은 전두환이 세웠으니

광주항쟁 시민군 위령탑은 또

어떤 자가 세울 것인가

생각하며 지나는 마을마다

텃밭에 버려진 고추는 상기도 붉고

조병갑이 물세 받던 만석보는 흔적 없는데

고부 부안 흥덕 고창 농투사니들은 지금도

물세를 못 내겠다고 아우성치고

백마강가 신동엽시비 옆에는

반공순국지사 기념비도 세웠구나

아아 기막힌 대조법이여 모진 갈증이여

곰나루 바람 부는 모래펄에 서서

검불 모아 불을 싸지르고

싸늘한 성계육 한 점을 씹으며

박불똥이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3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물님 2021.01.29 2158
392 유언장 -박노해 물님 2020.12.30 2158
391 나무에 깃들여 물님 2016.09.29 2161
390 가면 갈수록 물님 2020.01.15 2164
389 자기 삶의 연구자 물님 2018.06.06 2165
388 뱃속이 환한 사람 물님 2019.01.23 2176
387 내 인생의 책 물님 2020.08.05 2191
386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 박노해 물님 2020.11.17 2208
385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물님 2019.12.18 2217
384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따발총 2016.12.25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