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9989
  • Today : 855
  • Yesterday : 1075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012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천산을 그리며 [4] file 운영자 2008.08.02 3743
292 확신 [2] 이상호 2008.08.03 2701
291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3035
290 편지 [5] 하늘꽃 2008.08.13 3069
289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하늘꽃 2008.08.15 2703
288 희망 [8] 하늘꽃 2008.08.19 3078
287 산새 [5] 운영자 2008.08.19 3685
286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755
285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2738
284 사하자입니다~! [3] file sahaja 2008.08.27 3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