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6097
  • Today : 1167
  • Yesterday : 145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1508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1452
262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453
261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1454
260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file 이중묵 2009.01.24 1455
259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1455
258 물님 2011.01.25 1455
257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456
256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1456
255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1458
254 새벽밥 물님 2012.09.04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