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7648
  • Today : 726
  • Yesterday : 1151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2008.06.10 07:00

운영자 조회 수:4243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고 정 희 시인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린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1991년 6월 9일 지리산에서
            세상을 떠난 시인의 유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4724
102 雨期 [1] 물님 2011.07.29 4724
101 아침에 쓰는 일기.3 [2] 하늘꽃 2008.05.20 4729
100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4750
99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구인회 2013.09.18 4752
98 고독 [4] file sahaja 2008.05.18 4755
97 가람 이병기 -난초- 물님 2013.06.04 4755
96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4761
9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4762
94 소동파의 시 물님 2021.12.18 4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