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2123
  • Today : 395
  • Yesterday : 1345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4654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4352
292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4352
291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4354
290 나에게 사명 완수한 시 소개 합니다 [1] 하늘꽃 2008.02.01 4357
289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4357
288 오 늘 - 구상 물님 2011.05.16 4361
287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4365
286 바다 [3] 이상호 2008.09.08 4367
285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4367
284 음악 [1] 요새 2010.03.19 4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