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807
  • Today : 406
  • Yesterday : 1527


님의 침묵

2009.05.29 23:09

물님 조회 수:1898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바다 [3] 이상호 2008.09.08 1985
122 떼이야르드 샤르뎅 [2] 운영자 2008.09.04 2164
121 아침에 쓰는 일기 3. [8] 하늘꽃 2008.09.01 2906
120 사하자입니다~! [3] file sahaja 2008.08.27 2864
119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1987
118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089
117 산새 [5] 운영자 2008.08.19 2912
116 희망 [8] 하늘꽃 2008.08.19 2358
115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하늘꽃 2008.08.15 1943
114 편지 [5] 하늘꽃 2008.08.13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