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809
  • Today : 1035
  • Yesterday : 1280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514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1565
102 [1] 샤론(자하) 2012.03.12 1565
101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1565
100 무주 겨울 / 이중묵 [2] 이중묵 2009.02.26 1564
99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1564
98 거울 물님 2012.07.24 1563
97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1563
96 어떤바람 [2] 제로포인트 2016.04.04 1562
95 동시 2편 물님 2012.03.02 1562
94 초혼 [1] 요새 2010.07.28 1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