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0186
  • Today : 1052
  • Yesterday : 1075


봄밤 - 권혁웅

2012.09.20 13:40

물님 조회 수:2874

                      봄         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이쪽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2793
132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2792
131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file 이중묵 2009.01.21 2791
130 [2] 요새 2010.09.09 2789
129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785
128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2783
127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2783
126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2782
125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778
124 귀를 위하여 /물님 하늘꽃 2007.09.14 2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