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803
  • Today : 402
  • Yesterday : 1527


님의 침묵

2009.05.29 23:09

물님 조회 수:1896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닙니다 [1] 물님 2010.03.17 2556
102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2562
101 담쟁이 물님 2014.05.13 2566
100 사랑하는 별하나 [1] 불새 2009.09.24 2567
99 박성우, 「소금창고 물님 2011.10.24 2587
98 그 꽃 [1] 물님 2009.11.22 2597
97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2606
96 고독 [4] file sahaja 2008.05.18 2631
95 톱과 낫 거두기 [3] file 이중묵 2009.01.17 2636
94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2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