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332
  • Today : 1458
  • Yesterday : 1340


박성우, 「소금창고

2011.10.24 22:41

물님 조회 수:2512

박성우, 「소금창고」
 
 
 
 
그녀는 소금창고를 가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창고 안에는
소금덩이들이 무더기로 부려져 있다
 
소금창고를 물려받던 열댓 살 무렵
소금 저장법을 알 리 없는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녹아 흘러버리는 소금을
어찌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 탓에
소금물은 그렁그렁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그녀가 아들을 잃고 남편이 떠나던 이십여년 전
무심코 열어본 소금창고에서는
짜디짠 소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창고의 문은 여간 닫히지 않았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그녀의 눈 속에는 소금창고가 있다
이맛살과 눈주름이 폭삭 내려앉은 창고 안에는
넘실넘실 녹아나가는 소금물을
꾹꾹 눌러 말린 소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누렇고 검게 그을린 소금덩어리
 
 
 
시_ 박성우 -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었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미역」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청소년시집 『난 빨강』이 있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1838
152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1838
151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1838
150 꽃눈 물님 2022.03.24 1836
149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1836
148 찬양 [6] 하늘꽃 2008.09.25 1836
147 확신 [2] 이상호 2008.08.03 1835
146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834
145 자녀교육을 위한 시 - 칼릴 지브란 물님 2018.06.05 1833
144 거울 물님 2012.07.24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