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弔問)
2016.11.24 10:13
조문(弔問)
김수호
아침 안개는
부끄러움이 피워내는 환각이다.
나는 끈적한 안개 한 모금을 삼키고
부끄러움에 취해 손을 뻗었다.
손 뻗은 자리엔 죽은 노목(老木)이 있다.
추한 저 껍데기도 누군가의 버팀목이었다.
해는 오늘도 뜨고 또 다시 지겠지만
죽어버린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마음에 위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들이쉬었던 상념을 뱉는다.
해는 모르는 새 머리 위까지 왔다.
눈물고인 눈으로 나는
단풍과 둘이서 붉게 노목(老木)을 조문(弔問)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3 | 낭만이란 반드시 있어야 한다 | 물님 | 2016.09.01 | 1754 |
362 | 서성인다 - 박노해 | 물님 | 2017.09.19 | 1760 |
361 | 비밀 - 박노해 | 물님 | 2016.11.12 | 1764 |
360 |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1] | 도도 | 2020.11.23 | 1771 |
359 | 참 닮았다고 | 물님 | 2016.09.04 | 1776 |
» | 조문(弔問) | 물님 | 2016.11.24 | 1782 |
357 | 상사화 | 요새 | 2010.03.15 | 1792 |
356 | 가난한 새의 기도 | 물님 | 2016.07.18 | 1799 |
355 | 생명의 노래 [1] | 구인회 | 2010.01.27 | 1808 |
354 |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 따발총 | 2016.12.25 | 1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