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3816
  • Today : 1033
  • Yesterday : 1357


가을 저녁의 시

2010.11.18 06:53

물님 조회 수:3032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2925
242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2926
241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2926
240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2927
23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929
238 감각 요새 2010.03.21 2930
237 문태준 - 급체 물님 2015.06.14 2930
236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구인회 2012.09.26 2935
235 신록 물님 2012.05.07 2936
234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2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