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83 | 낙화 - 이 형기 | 물님 | 2012.10.23 | 2989 |
182 | 풀 -김수영 | 물님 | 2012.09.19 | 2987 |
181 | 이육사 유고시 -광야 | 물님 | 2021.06.10 | 2985 |
180 | 연애시집 - 김용택 [2] | 물님 | 2010.10.29 | 2985 |
179 |
그리움
[2] ![]() | 샤말리 | 2009.01.12 | 2984 |
178 |
경북군위 인각사 초청 시낭송
![]() | 운영자 | 2007.08.19 | 2984 |
177 | 감각 | 요새 | 2010.03.21 | 2982 |
176 |
구름 한 점
![]() | 구인회 | 2010.02.02 | 2982 |
175 |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 물님 | 2009.04.16 | 2978 |
174 | 봄밤 - 권혁웅 | 물님 | 2012.09.20 | 29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