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607
  • Today : 273
  • Yesterday : 933


한동안 그럴 것이다

2011.05.05 06:28

물님 조회 수:2096

 

 

     한동안 그럴 것이다

                              윤 제림

한 젊은 부부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다.
그네 위에 걸터 앉혀 놓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저러다가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아이가 자신들의 가슴속에
푸욱 들어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동안 부모의 가슴에 갇혀 자란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부모의 가슴에 난 작은 틈을 찾아내
문을 낸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 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

또 어느 날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하날
양손에 붙들고 와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2256
162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2256
161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263
160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세상 2013.10.25 2265
159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2266
158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2269
157 내 똥에서 나온 반딧불 [1] 운영자 2007.07.19 2271
156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2276
155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2278
154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2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