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615
  • Today : 281
  • Yesterday : 93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204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 안개 속에서 [1] 요새 2010.03.19 1974
62 문태준 - 급체 물님 2015.06.14 1965
61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1957
60 진달래 ∫ 강은교 file 구인회 2010.02.23 1954
59 요새 2010.07.20 1869
58 먼 바다 file 구인회 2010.01.31 1866
57 별 헤는 밤 / 윤동주 file 구인회 2010.02.08 1863
56 나비에게 file 요새 2010.07.18 1862
55 11월 - 배귀선 물님 2016.11.24 1861
54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물님 2016.03.08 1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