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6365
  • Today : 615
  • Yesterday : 859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226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언젠가도 여기서 [1] 물님 2012.06.18 2865
102 포도주님독백 [7] 하늘꽃 2008.08.21 2865
101 확신 [2] 이상호 2008.08.03 2865
100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2865
99 [5] 하늘꽃 2008.11.17 2864
98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2864
97 매미 -이병창 [1] file 하늘꽃 2007.08.29 2863
96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세상 2013.10.25 2861
95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2860
94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2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