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2010.09.09 09:13
이 병 창
길을 보면 가고 싶다
가을걷이 끝나가는
산길을 돌아서
마침내 석양이 지는 곳
퇴적암처럼 쌓여진
나의 이별들을
지우고 또 지우다가
이제는 어떤 산새의 울음 소리
흘러가는 물 소리에도
귀를 닫고 가는 길
이승의 길들은 모두
나에게로 가고 있다.
이렇게 끝이 날 수는 없다고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산천
바로 이 길을 따라서
나는 길 없는 저 산 너머로
노아의 배를 만들러 가야 한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모두 지나가 버린 길을 보면
나는 숨이 차다
길을 가면 나도
길이 되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3 | 보리피리 [1] | 구인회 | 2010.01.25 | 1493 |
72 | '손짓사랑' 창간시 | 도도 | 2009.02.03 | 1492 |
71 |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 물님 | 2012.07.01 | 1491 |
70 | 雨期 [1] | 물님 | 2011.07.29 | 1491 |
» | 길 [2] | 요새 | 2010.09.09 | 1491 |
68 | 밥이 하늘입니다 | 물님 | 2010.11.29 | 1490 |
67 | 세상의 등뼈 | 물님 | 2011.06.13 | 1489 |
66 | 멀리 가는 물 [1] | 물님 | 2011.05.24 | 1484 |
65 | 전화 -마종기 시인 | 물님 | 2012.03.26 | 1481 |
64 | 물.1 [3] | 요새 | 2010.07.22 | 1477 |
아직가지 않은 길.. 더 멀리 가야할 길을 찾아 길 떠나는 님
그 길을 가고 안가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이승의 모든 길은 나로부터 나고 있으며,
그 길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