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8116
  • Today : 1194
  • Yesterday : 1151


웅포에서

2008.06.24 18:53

하늘꽃 조회 수:4175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하늘꽃은 여기서 감동받아 얼어버렸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의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맞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4218
302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4233
30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4375
300 새벽밥 물님 2012.09.04 4422
299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4159
29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4385
29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4423
296 거울 물님 2012.07.24 4360
295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4219
294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4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