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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소금창고

2011.10.24 22:41

물님 조회 수:3074

박성우, 「소금창고」
 
 
 
 
그녀는 소금창고를 가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창고 안에는
소금덩이들이 무더기로 부려져 있다
 
소금창고를 물려받던 열댓 살 무렵
소금 저장법을 알 리 없는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녹아 흘러버리는 소금을
어찌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 탓에
소금물은 그렁그렁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그녀가 아들을 잃고 남편이 떠나던 이십여년 전
무심코 열어본 소금창고에서는
짜디짠 소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창고의 문은 여간 닫히지 않았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그녀의 눈 속에는 소금창고가 있다
이맛살과 눈주름이 폭삭 내려앉은 창고 안에는
넘실넘실 녹아나가는 소금물을
꾹꾹 눌러 말린 소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누렇고 검게 그을린 소금덩어리
 
 
 
시_ 박성우 -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었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미역」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청소년시집 『난 빨강』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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