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1193
  • Today : 810
  • Yesterday : 1060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4675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선생님 [5] 하늘꽃 2008.11.22 4386
242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4387
241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4391
240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4394
239 보내소서~힘 되도록~ [2] 하늘꽃 2008.06.06 4395
238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4397
237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4398
236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4400
235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4401
234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4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