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5736
  • Today : 1008
  • Yesterday : 103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4502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4137
262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4138
261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4139
260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4142
259 사철가 [1] 물님 2009.03.16 4142
258 봄날에 [1] 요새 2010.01.01 4142
257 흰 구름 [1] 요새 2010.07.06 4148
256 신록 물님 2012.05.07 4148
255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4154
254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4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