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0141
  • Today : 517
  • Yesterday : 966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316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3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1301
312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1302
311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302
310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1303
309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1304
308 세월이 가면 물님 2015.02.20 1305
307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1305
306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307
305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1308
304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