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sahaja님의 '불재'를 읽다가... [3] | 포도주 | 2008.05.23 | 4833 |
92 | 불재 [12] | sahaja | 2008.05.22 | 7419 |
91 | 아침에 쓰는 일기.3 [2] | 하늘꽃 | 2008.05.20 | 4905 |
90 | 고독 [4] | sahaja | 2008.05.18 | 4895 |
89 | 흔들리는 나뭇가지 [3] | 하늘꽃 | 2008.05.16 | 5577 |
88 |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1] | 관계 | 2008.05.15 | 4633 |
87 | 천사 [2] | 하늘꽃 | 2008.05.14 | 4540 |
86 | 초파일에 [3] | 운영자 | 2008.05.14 | 5597 |
85 | 명상 [3] | sahaja | 2008.05.13 | 5532 |
84 | 비상구 [2] | 하늘꽃 | 2008.05.12 | 4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