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8454
  • Today : 402
  • Yesterday : 993


벼 - 이 성부

2011.10.03 22:41

물님 조회 수:3575

 
 
 
 

이성부,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시_ 이성부 - 1942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62년 《현대문학》에 「백주」, 「열차」가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 산 뒤에 두고』, 『야간 산행』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둥우리여 - 백글로리아 [2] 구인회 2012.09.26 3838
242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3836
241 고독에게 1 요새 2010.03.21 3829
240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3827
239 사대원무주 四大元無主 [7] file 구인회 2010.02.06 3824
238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3822
237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3818
236 행복해진다는 것 [1] 운영자 2008.12.04 3817
235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3812
234 천사 [2] 하늘꽃 2008.05.14 3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