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2867
  • Today : 577
  • Yesterday : 1145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2012.01.02 07:25

물님 조회 수:1673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시_ 오규원 -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 출생. 1965년《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순례』『사랑의 기교』『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사랑의 감옥』『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두두』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현실과 극기』『언어와 삶』『날이미지와 시』『현대시작법』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함. 2007년 2월 작고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1707
242 평화의 춤 [1] 물님 2009.05.18 1706
241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1701
240 신현락, 「고요의 입구」 물님 2013.01.08 1695
239 내 똥에서 나온 반딧불 [1] 운영자 2007.07.19 1684
»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1673
237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1667
236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1655
235 [5] 하늘꽃 2008.11.17 1649
234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