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5606
  • Today : 570
  • Yesterday : 952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3664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3364
292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3368
291 시론 물님 2009.04.16 3369
290 아직 가지 않은 길 [2] file 구인회 2010.02.05 3370
289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3372
288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3376
287 민들레 [2] 운영자 2008.11.19 3378
286 山 -함석헌 구인회 2012.10.06 3378
285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3381
284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3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