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쭉 / 정군칠
엉덩이 불 댄 어린 노루들이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는다 가도 가도 불덩이다
숨죽여 있던 불씨들이 노루발바닥에 묻어 사방으로 튄다
수수백년 잠복해 있던 방화범 산불감시요원도 어쩔 수 없었겠다
산불이 났다
철쭉은 붉고 나는 새까맣다
진달래과 떨기나무 철쭉[개꽃나무] 너무 예뻐서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뜻의 ‘척촉(擲燭)’이 변해서 된 이름 참꽃 진달래와는 달리 꽃을 따 먹을 수 없으며 워낙 공해에 강해 아무데나 심어 노면 잘 자랍니다. 오뉴월 철쭉은 다 피고 지고 "나는 불을 지르러 왔다" 그 옛날 불지핀 불의 언덕 더 붉은 웃음으로 찾아온 불재의 철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