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690
  • Today : 1156
  • Yesterday : 1259


사랑하면 보인다고 "배롱나무"

2010.08.28 21:42

구인회 조회 수:1873

2.jpg

 

4.jpg

 

3.jpg

 

1.jpg

 

           배롱나무 / 도종환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봄숲의 나발 현호색 file 구인회 2010.04.14 1731
102 첫사랑 앵초 file 구인회 2010.04.12 1790
101 무지개 '아이리스' file 구인회 2010.04.12 1732
100 아가야 방긋 '노루발풀' file 구인회 2010.04.12 1727
99 매화 옆에서 file 구인회 2010.04.05 1659
98 순환 구인회 2010.04.04 1721
97 물오리나무와 새순(荀) 구인회 2010.03.26 1792
96 '싹,싹, 싹이 났어요' [1] 구인회 2010.03.07 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