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5753
  • Today : 1025
  • Yesterday : 1033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4186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4376
172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4377
171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4379
170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4380
169 눈동자를 바라보며 [1] file 운영자 2008.12.28 4385
168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4385
167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4385
166 매미 -이병창 [1] file 하늘꽃 2007.08.29 4386
165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4386
164 확신 [2] 이상호 2008.08.03 4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