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9948
  • Today : 753
  • Yesterday : 932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2480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476
242 희망가 물님 2013.01.08 2476
241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file 구인회 2009.06.13 2477
240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2477
239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2477
238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2477
237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2478
236 물님 2012.06.14 2479
»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2480
234 가을의 기도 물님 2012.11.11 2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