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3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2] | 물님 | 2009.07.03 | 3833 |
142 | 기뻐~ [1] | 하늘꽃 | 2008.03.19 | 3833 |
141 | 당신은 | 물님 | 2009.06.01 | 3830 |
140 | 봄 눈 / 물 [2] | 하늘꽃 | 2008.02.22 | 3828 |
139 | 꽃 -김춘수 | 물님 | 2012.07.24 | 3820 |
138 | 아침에 하는 생각 | 물님 | 2009.04.10 | 3820 |
137 | 山 -함석헌 | 구인회 | 2012.10.06 | 3819 |
136 | 님의 침묵 [1] | 물님 | 2009.05.29 | 3819 |
135 | 조국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2] | 하늘꽃 | 2008.02.06 | 3817 |
134 | 분수 -물님시 [1] | 하늘꽃 | 2007.08.29 | 3817 |
제얼굴
제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