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 | 매월당 김시습 | 물님 | 2021.01.19 | 3598 |
12 |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 물님 | 2021.01.29 | 3563 |
11 | 헤르만 헤세 - 무상 | 물님 | 2021.03.18 | 3788 |
10 | 이육사 유고시 -광야 | 물님 | 2021.06.10 | 4585 |
9 |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 물님 | 2021.08.11 | 4839 |
8 |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 물님 | 2021.10.19 | 4626 |
7 |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 물님 | 2021.12.09 | 5632 |
6 | 소동파의 시 | 물님 | 2021.12.18 | 4847 |
5 |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 물님 | 2022.01.08 | 4829 |
4 | 꽃눈 | 물님 | 2022.03.24 | 5634 |
..........
가슴이..
부끄러움으로 물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