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3594
  • Today : 456
  • Yesterday : 1410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2021.08.11 05:06

물님 조회 수:5033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무더운 열기와 무거운 공기와

      얼굴을 가리고 말들을 삼키고

      마스크 씌워져 무감하고 무디어진

      내 생의 날들이여 

 

      이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맑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감각으로

      거짓과 진실을

      강제와 자율을

      예리하게 식별해 가야겠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뀌었다

      하늘이 높아졌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3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4530
222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4543
221 예수에게.1 / 물 [1] file 하늘꽃 2007.09.01 4549
220 편지 [5] 하늘꽃 2008.08.13 4551
219 섬진강 / 김용택 file 구인회 2010.02.18 4554
218 포도가 저 혼자 file 요새 2010.07.18 4556
217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4558
216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4561
215 [3] 운영자 2008.10.13 4566
214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4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