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6890
  • Today : 1119
  • Yesterday : 1043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4485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배달 [1] 물님 2009.03.12 4347
252 사철가 [1] 물님 2009.03.16 4176
251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4433
250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4235
249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4192
248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4456
247 시론 물님 2009.04.16 4176
246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4449
245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4422
244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2] 물님 2009.05.15 4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