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0249
  • Today : 127
  • Yesterday : 927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446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2878
252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2416
251 하늘 냄새 [1] 물님 2011.10.10 2835
250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426
249 당신에게 말 걸기 [1] 물님 2011.09.26 2505
248 낙타 [1] 물님 2011.09.19 3235
247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2485
246 이별1 도도 2011.08.20 2520
245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2421
244 雨期 [1] 물님 2011.07.29 2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