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7611
  • Today : 689
  • Yesterday : 1151


벼 - 이 성부

2011.10.03 22:41

물님 조회 수:4165

 
 
 
 

이성부,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시_ 이성부 - 1942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62년 《현대문학》에 「백주」, 「열차」가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 산 뒤에 두고』, 『야간 산행』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나무학교 물님 2013.11.27 4438
172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4439
171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4442
170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4442
169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4444
168 [1] 샤론(자하) 2012.03.12 4446
167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4449
166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4453
165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4453
164 고백시편 -13 [2] 조태경 2008.06.14 4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