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선운사에서」
2012.03.05 08:14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시_ 최영미 - 1961년 서울 출생.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등을 출간함. 이수문학상 수상.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73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4833 |
272 | 담쟁이 | 물님 | 2014.05.13 | 4828 |
271 |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 물님 | 2016.02.02 | 4818 |
270 |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 물님 | 2012.10.09 | 4817 |
269 |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 물님 | 2009.04.16 | 4817 |
268 | 그리움 [2] | 샤말리 | 2009.01.12 | 4817 |
267 | 확신 [2] | 이상호 | 2008.08.03 | 4815 |
266 | 당신은 [2] | 하늘꽃 | 2008.03.20 | 4811 |
265 |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 물님 | 2021.10.19 | 4805 |
264 |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물님 | 2009.08.31 | 4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