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93695
  • Today : 557
  • Yesterday : 1410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4826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보내소서~힘 되도록~ [2] 하늘꽃 2008.06.06 4473
252 웅포에서 [1] 하늘꽃 2008.06.24 4473
251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4475
250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4477
249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4478
248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4481
247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4482
246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4484
245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4488
244 꽃 한송이 [3] 운영자 2008.11.09 4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