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아래 서면
2010.06.09 22:44
등나무 아래 서면 홍해리
밤에 잠 깨어 등나무 아래 서면 흐느끼듯 흔들리는 보랏빛 등불이 여름밤을 밝히고, 하얀 여인들이 일어나 한밤중 잠 못 드는 피를 삭히며 옷을 벗고 또 벗는다 깨물어도 바숴지지 않을 혓바닥에서 부는 바람 살 밖으로 튀어나는 모래알을 한 알씩 한 알씩 입술에 박아놓고 있다. 끈끈하고 질긴 여름나무 불꽃을 온몸에 안고 있다. 그을음 없이 맨살로 타던 우리는 약쑥 냄새를 띄기도 하고 소금기 가신 들풀잎마다 바닷자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고 또 죽는 남자 등은 그렇게 뻗어 올라서 여름을 압도하고 알몸으로 남는 칠월의 해일 바람만 공연히 떼미쳐 놓아 우리의 발밑까지 마르게 한다.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5 | 뱀껍질 광대버섯[독버섯] | 구인회 | 2010.08.17 | 1980 |
214 | 그대는 좀작살나무 | 구인회 | 2009.09.27 | 1982 |
213 | 꽃무릇 피는 계절 | 도도 | 2020.09.23 | 1983 |
212 | 불재 자귀나무 | 도도 | 2020.07.09 | 1985 |
211 | 불재의 희귀 멸종 위기식물 "흰땃딸기" | 구인회 | 2010.04.24 | 1987 |
210 | 불재의 제비꽃 삼형제 [1] | 구인회 | 2010.05.03 | 1991 |
209 | 능수 백도화 | 도도 | 2021.04.13 | 1992 |
208 | 불쑥 내민 하늘 꽃창포 [1] | 구인회 | 2010.07.06 | 19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