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795
  • Today : 1261
  • Yesterday : 1259


아들에게

2005.09.05 19:19

이병창 조회 수:3540

잘 익은 노을 한번 만나고 오라
능선으로 올라가라 했더니
오늘 본 것은
진홍빛이었다고 만 말하는구나
그것뿐이었더냐
셀 수 없는 하늘 빛깔 중에
너는 오직 하나의 색깔과 느낌을
선택했을 뿐.
바쁜 호흡으로 다녀온 너의 걸음에는
어떤 만남도 보이지 않는구나
아들아
바라본다는 것은 임무완수가 아니란다.
조금만 더 햇빛이 네 손등에 닿는 것을
보았더라면
마음껏 바람을 허락하는
구름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때로는 지는 노을이
너의 살도 되고 피도 될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너의 망막 속에 비쳐진 진홍 빛
그 너머 너머에서 지고 있는
너의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3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물님 2020.09.09 1291
402 매월당 김시습 물님 2021.01.19 1296
401 밤에 길을 잃으면 -쟝 폴렝 물님 2021.01.29 1301
400 길을 잃으면 물님 2019.09.30 1302
399 유언장 -박노해 물님 2020.12.30 1309
398 행복 - 헤르만 헤세 물님 2021.01.18 1309
397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물님 2019.12.18 1315
396 스승 물님 2018.05.17 1319
395 꿈 - 헤르만 헷세 물님 2018.08.13 1322
394 자작나무 file 물님 2020.10.24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