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3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 물님 | 2011.10.10 | 4386 |
232 | 그리움 [2] | 샤말리 | 2009.01.12 | 4385 |
231 |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 물님 | 2016.02.02 | 4383 |
230 | 천사 [2] | 하늘꽃 | 2008.05.14 | 4379 |
229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4376 |
228 | 고독에게 1 | 요새 | 2010.03.21 | 4373 |
227 | 풀 - 김수영 [1] | 물님 | 2011.12.11 | 4372 |
226 |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 물님 | 2011.11.22 | 4372 |
225 |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닙니다 [1] | 물님 | 2010.03.17 | 4371 |
224 | 까비르 "신의 음악" [1] | 구인회 | 2012.06.26 | 43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