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377
  • Today : 843
  • Yesterday : 1259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63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하늘 냄새 [1] 물님 2011.10.10 2277
152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1647
151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2303
150 가을의 기도 -김현승 물님 2011.10.18 2648
149 박성우, 「소금창고 물님 2011.10.24 2437
148 새-천상병 물님 2011.10.31 6108
147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1642
146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689
145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1675
144 나는 숨을 쉰다 [1] 물님 2011.11.28 1694